전자정부 누리집 입니다.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부산지방해양수산청 Busan Regional office of Oceans and Fisheries

[새창열기] 혁신24 홈페이지
  • 등대해양문화웹툰

  • 글보기

    • 제2회 제주단 등대해양문화 웹툰 공모전 우수상 '묵호등대에서 생긴 일(이윤희 작)'
    • 제2회 제주단 등대해양문화 웹툰 공모전 우수상 '묵호등대에서 생긴 일(이윤희 작)'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9-10-04 13:55
      조회수 1430
      파일

     이것은 2012년 겨울. 내가 국내 기차여행을 하고 있을 때의 이야기이다. 당시 나는 데뷔 3년 차의 신인 만화가였다. 한창 정신없이 연재를 하고 있었지만 올해로 내일로 패스를 끊을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진다는 생각 때문에 억지로 시간을 내서 기차 여행을 계획했다. 여기서 잠깐! 내일로 패스란!? 한국 철도공사에서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7일짜리 여행용 패스. 일주일 동안 일반 기차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나의 여행 일정은 이러했다. 천안에서 출발해 영주 찍고 도계, 신기, 묵호, 안동, 경주, 포항 순서로 동해바다를 따라 내려가는 코오스! 강원도의 산과 바다를 어우르는 코오스! 신난다! 그중 특히 기대되는 일정은 여행 3일째의 묵호 방문이었는데. 이유는 예쁜 묵호 등대와 동해바다를 보고 싶은 것도 있었지만... 묵호항 회센터의 회가 그렇게 맛도 좋고 싸다면서요!? 그렇게 내일로 여행 3일째 되는 날. 나는 묵호역에 도착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제일 먼저 향한 곳은 물론...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안녕하세요! 이모님, 오징어회 주세요! 에이, 요즘 오징어는 손바닥만해서 못써. 지금은 청어철이지. 그럼 청어 주세요!

     활어회센터에서 산 횟감용 물고기는 바로 근처에서 손질해 먹을 수 있다. 묵호 회가 싸단 말만 들었지 이렇게나 싸고 푸짐할 줄 몰랐어! 청어로 배도 채웠겠다. 나는 묵호 방문의 본 목적인 묵호 등대를 향해 걸었다. 가는 길에 건어물 가게에서 부모님께 선물로 보내드릴 반건조 오징어도 샀다. 반건조 오징어 택배로 보내면 얼마나 걸리나요? 오늘 보내면 보통 내일 도착하지요~ 택배비 포함해서 3만 6천원이에요. 그리고 드디어 도착한... 묵호의 등대. 와아아아! 너무너무 예쁘다! 파란 하늘 아래 새하얀 등대가 그렇게 예쁠 수가 없었다. 후다닥 등대에 올라 동해바다에 묵호 전경을 내려다보기도 하고 등대가 있는 공원에서 폴짝거리며 사진도 찍었다. 혼자 여행 중이었기 때문에 카메라만 세워두고 타이머로 촬영. 공중부양샷을 건지기 위해 10번쯤 폴짝거린 듯. 등대가 있는 언덕에서 내려올 때는 논골담길로 벽화를 구경하며 내려왔다. 그림 귀여워~ 아까도 택시 타지 말고 걸어 올라올걸.

     워낙 흥분해서 파닥거리며 돌아다닌 탓에 목도 마르고 당도 보충해야 할 것 같아 묵호항 근처 슈퍼에 들어갔다. 평소라면 콜라를 마셨겠지만, 그날은 왠지 사이다가 마시고 싶은 날이었는데... 900원입니다. 네. 그런데 왜... 지갑이 없지...? 그렇습니다. 사실 이 이야기는 동해바다 보러 묵호등대에 갔다가 지갑을 잃어버린 이야기입니다. 아니야. 가방이 커서 그런거겠지. 잘 뒤져보면 어딘가... 없어. 지갑이 없음을 확인하자마자 목이 마른 것도 잊고 황급히 왔던 길을 되짚어 갔다. 그 가파른 논골담길도 만화가의 저질 체력으로 단숨에 돌파. 그래도 정신없는 와중에 신용카드는 정지시켰다. 한동안 다시 볼 일 없을 줄 알았던 묵호 등대와도 재회. 아까 이쯤에서 폴짝거렸는데 여기 없나...? 그 사이 혹시 누군가 내 지갑을 분실물로 접수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등대 관리자님에게도 전화를 해보고 묵호역에도 전화를 해보았지만 내 지갑은 없없다.

     나... 정말... 지갑 잃어버린거구나... 만약 요즘이라면 지갑이 없다 해도 스마트폰으로 결제도, 출금도 가능하기 때문에 현금과 카드를 잃어버린 것이 속은 상했겠지만 큰 걱정은 하지 않았을텐데.... 물론 그때도 나는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지도와 몇몇 간단한 기능 외에는 제대로 쓸 줄 몰랐다. 그래서... <현재 내 전재산> 1,600원(전부 동전) 여행이고 뭐고 때려치고 집에나 갈까보다. 하지만 묵호를 떠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때 시각은 이미 오후 3시. 원래 다음 목적지였던 신기로 가는 기차는 이미 떠났을 시각이었다. 내일로 티켓이 있으니 돈이 없더라도 기차는 탈 수 있었지만 기차를 타고 신기로 가면 뭘 하나, 전 재산이 1,600원 뿐인 것을. 그렇다고 내일로 티켓으로 집에 가는 기차를 탈 수도 없었다. 묵호역에서 집으로 가는 천안 직행 기차가 없었을 뿐더러 환승해서 간다 해도 오늘 안에 도착은 불가능했다. 이틀이 걸려서 어떻게든 집에 가려 해도 오늘은 어딘가에서 잠을 자야하는데 1,600원으로 어디서 어떻게 잠을 잔단 말이야? 돈이란 건... 새삼 정말 소중한 것이군.... 바로 그때. !? 뭐지? 033? 설마 이거 강원도 지역 번호인가!? 그렇다면 혹시... 여, 여보세요!? 아, 네. 여기 동해건어물마트인데요. 내일이 3.1절이라 오징어가 오늘 보내도 모레나 도착할텐데 괜찮을까요? ...아...네. 괜찮아요. 분실물센터에서 온 연락인 줄...

     !!!!! 그거다! 아... 아저씨... 응? 아니 아가씨는... 아까 제가 산 반건조 오징어 혹시 환불 해주실 수 있을까요오오! 제가 원래 천안 사는데 아까까진 지갑이 있었지만 지금 전재산이 구구절절 ㅠㅠㅠㅠ 다행히 내 사정을 들은 건어물집 주인아저씨는 안쓰러운 얼굴로 흔쾌히 오징어값을 환불해주셨고. 아이고 저런. 그래, 환불 해줄게요. 이렇게 멀리서 지갑을 잃어버려서 어떡하나 그래. 딱 해라. ㅠㅠㅠㅠ 감사합니다.... ㅠㅠ... 나는 1,600원 무일푼에서 37,600원을 가진 부자가 되었다! 잘했다! 과거에 반건조 오징어를 산 나! 돈이 생기고 마음에 여유가 생기자 멈춰있던 머리도 돌아가기 시작했고 희망도 함께 차올랐다. 그래. 겨우 지갑 잃어버렸다고 여기서 여행을 멈출 수는 없지! 근처 은행에서 신용카드를 새로 발급받아 여행을 계속하는 거야! 반건조 오징어가 내게 힘을 줬어! 지금 집에 가면 분명 후회할 거라고! 어떻게든 다음 여행지인 경주까지만 가면 선불로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해놨으니까 더 이상 숙박비도 안 든다고! 기차야 내일로 티켓이 있으니까! 가까운 국x은행 지점은 동해 시내 한가운데에 있군. 일단 신용카드 만들 때까지만 37,600원으로 버티면 되니까 꽤 여유 있네! 난 동해 버스 노선도 잘 모르고 은행 문 닫을 시간도 가까워지니까 택시를 타자!!! 괜찮아! 나는 돈이 37,600원이나 있다고!?

     그러나... 카드 재발급 하시려고요? 신분증 좀 주시겠어요? 신................... 맞다, 나 지갑 잃어버렸잖아.... 스스로가 너무 멍청하게 느껴져서 셀프 환멸 타임 中. 카, 카드 만들려면 신분증! 신분증 만들려면 주민센터! 동해에 주민센터가 어딨는지 내가 어떻게 아냐! 아니 근데 그 전에 신분증 만들려면 증명사진!!!!!!! 다행히도 국X은행, 사진관, 주민센터는 서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나는 약 1시간 동안 동해시 한가운데를 이리저리 누비며 뛰어다녔고... 웃으세요~ 찍습니다~! 지금 웃음이 안 나와요. 오후 4시 반쯤에야 겨우 동해시 천곡동 주민센터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지금은 주민센터가 아니라 행정복지센터. 제길, 은행은 이미 문을 닫았겠네. 괜찮아! 아직 나한테는 만 팔천원이나 있고... 여기서 민증 재발급 수수료 5천원을 낸다 해도 13,000원이 남으니까... 13,000원으로 오늘 밤은 찜질방에서 자고 저녁은 아까 먹다 남은 청어회로 때우면 돼! 카드는 내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만들어도 되니까! 가난뱅이의 뜻밖의 호화 저녁 메뉴!! 아이고 저런. 그렇게 여기까지 왔군요. 고생 많으셨네. 으흑흑흑 네에. 더구나 제가 집이 천안인데 여기서 천안까지 바로 가는 기차도 없어가지고... 주민센터에서 서러움 폭발 중. 여기 임시 신분증이요. 수수료는 5천원인데 ... 왠지 받기 미안하네요. 으아아 드디어! 감사합니다.

     그런데 시간이 너무 늦었네요. 은행 문 닫았을 텐데.... 아! 괜찮아요! 저 수수료 내고도 아직 13,000원이나 남아서요! 이걸로 오늘은 찜질방에서 자고 내일 일어나자마자 은행 가서 카드 먼저 재발급 받을 거예요! 하지만 내일은 3.1절인데요. 아.... 그러고 보니 아까 건어물 가게 아저씨가... 내일 3.1절이라 당장 배송이 안 돼... 찜질방에서 8천원만 써도 나는 5천원으로 내일 하루를 보내야 하는...? 3.1절... 3.1절에는 은행이... 드디어 일이 잘 풀려간다고 생각했는데... 아아... 아아아아...ㅠㅠㅠㅠ 나는 너무나 큰 좌절을 했고 당장 주민센터에 주저앉아 울고 싶은 기분이었지만 내가 타야할 기차 시간이 다가와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민센터의 직원분께는 괜찮다며 웃어 보였지만... 저는 괜찮습니다. 어떻게든 되겠지요. 하하하... 사실은 전혀 괜찮지 않았다. 5천원으로 내일을 어떻게 보내지. 일단 안동에서 하룻밤을 자고 바로 경주로 가서 게스트하우스에 가면 일단 밥과 찰곳은 해결이 되지만... 경주 대부분의 여행지는 입장료가 필요할테고 난 입장료를 낼 돈이 없는데... 역시 그냥 집에 가야하나... 힘이 빠져 멀리 가지도 못하고 주민센터 앞 벤치에서 쉬는 중. 그런데 그때. 아직 안 갔네요. 아... 아무래도 걱정이 돼서... 이제 어떡할 거예요? 아아~ 전 괜찮아요! 저 아직 만삼천원 이나 있고요! 잠은 피시방에서 자면 되고 밥은 삼각김밥을 먹는 방법도 있고, 하니까요! 에구... 으음... 내가 많이는 못주겠지만..

     이걸로 여비를 좀 해요. 네!? 아, 아니에요! 괜찮아요! 처음 뵙는 분께 제가 어떻게... 내가 아가씨 신원도 확인 했으니까 빌려주는거예요~ 받아둬요. 무이자로 빌려주는거니까 부담 갖지 말고요. 나중에 계좌 뚫리면 보내주면 돼요. 그리고... 모처럼 동해에 놀러 왔는데 동해에 대한 기억이 안 좋아서 되겠어요? 감사합니다! 천사님! 천사님이다!!!!! 천곡동 주민센터에는 천사님이 살아요! 나를 위기에서 구해주신 분은 동해시 천곡동 주민센터의 ‘정경순 선생님’ 이라고 하셨다. 그렇게 여행을 계속할 수 있게 된 나는 경순 아저씨가 빌려주신 돈으로 경주에서의 3.1절을 무사히 보내고 3월 2일, 은행 문이 열리자마자 카드를 만든 뒤 아저씨께 빌린 돈을 바로 갚았다. 경순아저씨! 29일에 동해에서 5만원 빌렸던 이윤희란 아이입니다! 오늘 분에 경주에서 무사히 신용카드 발급 받았습니다;-; ♥ 감사해요. TT 동해에서 좋은추억거리 안고 갑니다. 오늘 계좌 돌려서 은혜입은 5만원 입금하였어요! 너무 고맙습니다!! 동해에 또 놀러 갈게요!!!! 첨부한 사진은 경주 안압지 야경이여요// 다음에 카메라와함께 안압지 야경 구경오세요! 넘넘 아름답더라구요>ㅇ< 여행 잘하고 좋은 추억 많이 만들기 바래요 경주는 역시 야경이 멋지죠. 사진 잘봤어요 담에도 동해에 또 놀러오세요. 당시 경순 아저씨와 주고받은 문자. 담에도 동해에 또 놀러 오세요. 네! 꼭 다시 놀러갈게요! 동해바다 예쁜 등대 그리고 무엇보다... 따뜻한 사람들을 만나러!

  • 이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만족하셨습니까? 확인
    • 부서 :
    • 연락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