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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회 제주단 등대해양문화 웹툰 공모전 장려상 '등대지기(박진영 작)'
    • 제2회 제주단 등대해양문화 웹툰 공모전 장려상 '등대지기(박진영 작)'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9-10-04 13:57
      조회수 1265
      파일

    감사합니다- ..아, 바다 냄새다..! 나는.. 3년만에 고향으로 돌아왔다.

    우리 마을은 손꼽을 정도의 가구 수를 가진 자그마한 어촌이다. 역시.. 도시보다 공기가 깨끗해서 좋아! 약 10년 전에는 부둣가조차 없었던 마을이었지만, 이 곳을 사랑하셨던 부모님께선 마을을 위해 집과 재산을 처분하여 등대를 지었고- 그 후부터, 이 등대가 ‘우리 집’이 되었다. 와- 3년 전 그대로네..!

    으- 하루종일 굶었더니 배고프다.. 언제부터 우리집 문에.. ‘잠금장치’가 달린 거야아아-!? ..생각보단 더 변해있었다. 망했군..! 응..? 저것이 언제 왔대-?

    야- 강백화! 쓸데없이 쾌활한 이 친구는 내 소꿉친구 송형곤. 자그마한 횟집을 운영하고 있는 요리사다. 곤아..! 진짜 오랜만이다. 등대 문이 잠겨있.. 너보단 네 배가 더 반겨주는데..? ..닥쳐.

    크- 냄새 죽인다!! 그럼, 잘 먹겠습니다! 이거야, 이거..!

    즉석에서 구워먹는 생선 소금구이!! 크으-! 맥주가 필요하다.. 몇 년만에 먹으니까 기가 막히제-? 방금 낚은 애들이라 더 맛있을 거다! 아, 그러고보니.. 우리집 문은 언제부터 바뀐 거야? 아아- 그거, 내가 등대 불을 조정하려고 문 열다가 고장내서 바꾼거야. 전에 연락은 했었는데- 음, 어차피 부모님 돌아가시고부턴 아무도 없었으니까 나야 땡큐지. 저기.. 이제, 아예 돌아오기로 마음 먹은거야? 너.. 그림 작가 되고 싶다며.

    응.. 뭐... 그렇다. 나는 그림에- 모든 것을 걸었었다.. ..그냥, 도망쳐 온 거야. 그림 그리는 거.. 이제 그만 두려고. ....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결국 ‘실패’했어. 능력이 있다고, 열심히 한다고, 성공하진 않더라. ..나는, 최근 3년동안 네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 나는 잘 몰라. 그래도 이건 말할 수 있지.

    ‘성공하지 못했다’고 해서- 그게 곧 ‘실패했다’는 결과가 될 순 없다고 생각해, 백화야. 애초에- 너는 성공하고 싶어서 그림을 그렸던 거야..? ..나는 요리가 무진장 ~ 즐거워서 시작했었거든! 누군가 내 요리를 먹고나서 환하게 웃는 얼굴로 ‘맛있다!’하고 말해줄 때, 난 그 때가 최고로 기뻤어. ..그랬다. 누군가 내 그림을 인정해주었을 때- 그 때의 ‘행복’을 몇 번이고 맛보고 싶다 생각하고 그려왔다. 하지만 현실은 그게 아니었지. 냉혹했어. 먹고 사는데 급급해져버렸던 거야..

    ‘명심해- 너는 실패한 게 아니라, 주위를 둘러보고 있는 것 뿐이야.’ 간다잉! ..라는 말을 남기고 곤이는 돌아갔다. 그리고 나는- 3년만의 집 냄새다. 다녀왔습니다..! 넓은 바다와 소중한 등대가 있는 이 곳에서 살아간다. 다음 날부터, 아침에는 식량을 구하기 위해 바닷가로 나갔다. 굴 채집부터 조개 캐기, 낚시 등등... 으아아아..! 하다못해 갯벌에 나가 한두 시간 고생 좀 하면- 적어도, 바닷가에서 굶어죽을 일은 없다.

    해가 진 후의 저녁부터는 그림을 그렸다. 몸에 베어버린 탓인지 뭔가 그리질 않으면 영 불안하다. 달라진 게 있다면.. 이전처럼 누군가와 경쟁하는 그림이 아니라, 소금 뿌려서 두드린 것도 느낌이 꽤 좋은데..? ‘내 그림’을 그리게 됐다는 것이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귀어 생활에 적응해가던 어느 날- 그림을 그렸었다는 걸 형곤이가 퍼뜨렸는지, 가끔 마을 어른들게 부탁받는 일이 생겼다. .제 그림을요?? 괜찮긴 하지만- 어차피 좀 더 꾸미려고 했거든 나한테도 이게 더 의미가 있어! 수고비는 두둑하게 줄테니, 꼭 부탁하마! 외지에서 와, 가게를 연지 약 2년 밖에 안됐지만 마을사람들의 빵맛(?)을 사로잡은 익준이 아저씨부터- 우리 집도 이번에 담이 무너져서 새로 쌓았는데 너무 칙칙혀..! 아직까지 현역으로 해녀를 하고계신 옥순이 할머니까지..

    숫자는 적지만 다양한 사람들이 내가 쌓아왔던 것들을 필요로 해주었다. 생활비가 넉넉하지 않았던 상황인지라 나 또한 흔쾌하게 받아들였다. 혹시 사진 좀 찍어도 될까요? 여담이지만, 가끔 바닷가 구경으로 마을에 놀러오는 사람들에 의해 SNS에 올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마을 곳곳에 내 ‘흔적’을 남기다보니... 마치 나 자신을 이 마을에 새겨넣는 것 같았다. 꿈은 포기했어도 여전히 그림을 사랑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와.. 이거 장난 아닌데?

    내가 상상했던 건- 이런 거였는데..! 벽화가 신기해서인지 마을사람들이 엄청 모였네. 오늘도 수고했드아~!! 시~원하다! 벽화 진짜 멋지더라. 고마워.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그린 벽화였으니까..! 이 일도 시작한지 1년이 넘었네. 크으- 사실, 이 일을 하게 되면서 내 그림을 좋아해주는 사람들을 보니까.. 다시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고개를 확! 들더라구.

    슬슬 가겠구나- 싶긴 했었어. 그래서, 답은 찾은 거야? ..그건 아직이지만- 왠지,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이 곳에 돌아왔던 덕분에 내 ‘행복’을 되찾았으니까. 이 곳으로 ‘되돌아온’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나 자신을 위해 떠나지만, 언젠가 다시 돌아올 것이다. 나를 푸머주었던 바다와 등대가 있는 이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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