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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5회 등대해양문화 웹툰 공모전 일반부 최우수상 '능노전(고철민 작)'
    • 제5회 등대해양문화 웹툰 공모전 일반부 최우수상 '능노전(고철민 작)'
      작성자 유지관리 계정
      작성일 2021-08-26 11:49
      조회수 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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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도 글러먹었네, 이걸 누구 코에 붙이나... 어이! 범이 지금 한가롭게 고기나 잡고 있을 때가 아니여 아재, 이게 한가해 보이요? 고기도 못 잡아 짜증 나 죽겠구먼... 그게 아니라, 지금 관에서 자네를 찾아왔다니까 관에서오? 얼마 전에 우리 수군이 칠천량에서 대패를 했다 하니 이제 군역에서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는 거 아니겠나. 칠천량이면 거제도 아녀. 왜놈들이 이제 코앞까지 쳐들어 왔네 그려. 범이 자넨 어쩔 건가. 아무개는 산으로 숨어버린다는데. 산으로 숨는 건 싫소. 그렇다고 포를 바칠 형편도 아니 되니. 군역을 하라면 하는 수밖에. 자네 이름이 고재범 맞나? 홀어머니를 모시는 점을 가엾게 여겨 군역을 미루는 점을 그동안은 눈감아주고 있었으나 전황이 위급하여 구별을 둘 때가 아니니 즉극 해남 전라우수영의 수군 진지에 입영하길 명한다. ※능노: 배의 노를 젓는 군사 어머니, 소자 다녀오겠습니다. 여유가 생기는 대로 서신을 보내겠습니다. 나는 바다가 싫다. 아버지는 작은 고깃배를 몰려 장에 내다 판 고기들로 입에 풀칠이나 하며 살다가 수년 전 태풍에 쓸려나가는 배를 쫓아 바다로 뛰어들어 그대로 돌아오지 못했다. 어머니는 용왕당에서 바다에 드리는 기도를 하루도 거른 적이 없으셨는데도 말이다. 그 용왕이고 뭐고, 바다 때문에 덕 본 것도 하나 없는데, 뭘 자꾸 갖다 바칩니까. 그런 소리 하지 말거라. 배움이 부족하여 할 줄 아는 거라곤 바닷일 뿐이니 아마 평생을 바다에서 살겠지만, 그래도 바다가 싫다. 그런데 수군이라니... 왜적들이 거제현을 통과하여 남해에 주둔 중이라 한다. 우리는 이곳에서 호남을 돌아 북으로 가는 왜적들의 바닷길을 차단할 것이다. 전투 경험이 없는 신병들과 전투가 불가능한 수졸들은 모두 능노군으로 보직을 지정한다. 능노군? 노꾼을 말하는 걸세. 저기 판옥선 보이나? 우리는 저 커다란 배에서 죽어라 노만 젓는 게야. 몇 척 남지도 않은 판옥선이지만 그래도 칠천량에서 살아남은 놈이야. 칠천량에서 운을 다 써버린게 아니면 좋으련만... 근데, 아저씨 얼굴은 왜 그럽니까. 나도 칠천량에 있었거든. 친구들은 다 죽었는데 이정도로 살아왔으니 다행이지. 통제사님은 명장이시라 하지만 겨우 건져온 열몇척의 배로는 칠천량 같은 일이 또 벌어지지 말란 법 없네. 보게나, 온통 다치고, 늙고, 멀쩡하다 싶으면 자네 같은 신병들이 수졸들의 대부분이네. 어머니, 어쩌면 이 전쟁으로 조선은 끝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진거라곤 몸뚱이뿐인 하찮은 인생이라 이 조선에 미련은 없지만 어머니를 보지 못하게 될까 두렵습니다. 어머니가 매일 용왕당에서 무엇을 비셨는지 문득 궁금해지는 밤입니다. 기상! 기상! 출항이다! 전원 함선에 탑승하라!!! 정찰선이 왜선들을 발견했다! 서둘러라! 능노군들 지정된 위치로!! 영차! 어영차! 함선 정지!! 현 위치에 대기한다! 뭐꼬? 무작정 기다리란 말만 하지말고 어찌 돌아가는지 말을 해줘야지... 왜선이 나타났다면서. 자네가 한번 내다보게나. 왜선을 보는 것은 난생처음이었습니다. 왜선들은 한 틈의 수평선도 보이지 않게 바다를 가득 메운 채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자,자. 통제사님이 생각이 있으시것제. 우리가 죽으면 통제사님이라고 멀쩡하시겠는가. 각자 자리를 지키세. 아니, 그래도... 백 척이 넘는데... 함선 전속 전진!! 저 많은 왜선들을 보곧 기어이 싸우겠다고?... 오늘 죽을지도...방포하라! 왜선의 흘수를 노려라! 회전이다. 회전이여... 전투는 맡겨두고 노젓기에 집중하라! 통제사님의 전술을 믿어라!! 이거 왜이래? 노가 너무 무거운데? 역류다 다리를 써라. 다리를!! 바다도 왜놈들 편을 드는기가... 우린 다 죽었어... 다 죽는다고... 저기... 왜선들이 백 척은 넘어 보이는데요... 뭐? 배... 백? 난리났네, 우리는 진에서 나온 게 13척 뿐인데! 어어? 다른 전선들은 다 뒤로 빠지는 디? 우리 배도 뒤로 가야 되는 거 아니가? 포도관 어르신! 다른 배들은 다 빠진다 아닙니까. 저 왜선들 다 안보입니꺼. 우리 다 죽습니다. 통제사님한테 잘 이야기해봅시다. 일단 물러났다가 좋은 때에... 자리를 지켜라. 명령없이 여기를 떠나려하는 자는 군율로 다스리겠다. 왜선이 충돌한다!!! 대비라하!! 노를 놓치지 마라!! 역류에 휩쓸려선 안된다! 휴식조도 모조리 투입하여 노를 잡아라! 아저씨, 괜찮소? 왜놈들이 배로 넘어온다!!! 목숨을 걸고 막아라! 부상자 보고하라!! 괜찮습니다. 그냥 좀 긁힌 겁니다. 움직일 수 있으면 일어나서 노를 잡아라!! 이 정도로 이 배는 침몰하지 않는다!!! 젠장! 바다에서 죽기는 싫다고! 어머니. 대체 이곳은 누구의 바다란 말입니까. 아버지를 삼킨 이 바다는 오늘 나도, 조선도 삼키려고 합니다. 그럼에도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신호에 따라 노를 젓고 또 젓는 것뿐이었습니다.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이 바다는 조선이 두를 푸른 수의가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어어! 노가 왜이래!! 해류가 바뀌었다!! 순류다!! 안위 장군의 배다!! 아군 함선들이 돌아온다! 이거 어쩌면... 살 수 있다! 살 수 있다! 조선의 바다여 우리들의 기도를 들어주길 뭐냐! 자리를 지키라 하지 않았느냐. 놔두어라. 모두들 애썼다. 능노굴들도 잠시 몸을 기대로 휴식을 취하라. 부관들은 점호를 실시하여 피해상황을 확인하도록 하라 어머니, 몇시간을 노를 저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햇빛은 어느덧 붉은색을 띠고 비명과 대포 소리가 잦아들고 있었습니다. 흐른 피가 땀고 섞인 채 굳어서 따갑고 손은 딱딱하게 굳어서 펴기도 힘들었습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던 그때, 함선 정지!!! 닻을 내려라! 바다 한가운데서 닻을 내려? 다 끝난 건가? 능노군들 현 위치 대기하라! 전황을 확인하겠다! 자네 어디 가나? 대기하라고 하잖는가. 뭐가 어찌 된 거여... 우리가... 우리가 이긴 겁니까... 음... 천행이었다. 어머니, 저의 첫 해전에서 승리하였습니다. 그렇게나 싫어하던 바다에서 꼼짝없이 죽는구나하고 생각했었는데, 살아남았습니다. 도저히 이길 수 없던 싸움을 이긴 것을 어떻게 어머님께 글로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오기로 버티던 중에 작은 기적의 연속을 보고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우리의 기도를 용왕님이 들어주신 게 아닐까 했습니다. 아니 어쩌면 도저히 이길 수 없던 싸움을 이기고는 그저 천행이었다 말씀하시는 저 어르신이 용왕의 현신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머니의 기도가, 바다가 저분을 보내 주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은 죽을 때가 아니니 제게, 조선에게 포기하지 말라고, 그리고, 바다를 미워하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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