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첫 등대인 우도 등대의 역사는 전쟁과 외침으로 얼룩진 우리나라 역사와 궤적을 같이한다. 러일전쟁 시기인 1905년 일본 해군성이 우도 등대 건립을 요청했다. 이후 한달 만에 급작스럽게 지어 정식 등대가 아닌 등간으로 들어섰다. 급조한 등간은 6m 높이의 나무 꼭대기에 석유등을 달아 도르래로 올리고 내리는 단순한 구조였다.
군사시설의 하나로 출발한 우도 등대가 바다의 길잡이 역할을 시작한 것은 이듬해인 1906년 점등기를 설치한 후부터다. 미약한 석유등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빛이 강한 가스등은 3km 앞 밤바다까지 밝혔고, 우도 등대의 공식적 점등은 이 무렵인 1906년 3월로 기록되어 있다. 점등기를 달고 여러 번 수리를 거쳤지만 목재로 지은 등대는 바닷바람에 오래 버티지 못했다. 1919년 벽돌로 단장해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최초의 목조 등대는 허물었고, 벽돌이 귀하던 시절 배로 실어 날라 123m 높이의 우도봉에 근대식 등대를 지었다. 오랜 세월 제주 밤바다와 제주 역사를 지켜온 구등대는 2003년 12월 새로운 원형 석조 등탑에 제 역할을 넘겨줬다. 신등탑은 국내 기술로 개발한 대형 회전식 등명기를 설치해 멀리 50km 밖에서도 불빛을 확인할 수 있다.